제2차 왕자의 난-Ⅰ
-이덕일 지음 조선선비 살해사건 인용-
정종 2년(1400) 1월 28일 방원의 군대와 방간의 군대는 선죽교를 사이에 두고 맞닥뜨렸다.
방원 군대의 선봉에서 27세의 혈기 방장한 이숙번이 말을 타고 방간 군대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숙번을 뒤따르던 한규와 김우가 탄 말이 화살에 맞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네 말이 죽게 되었으니 얼른 바꾸어 타고 오라". "네 말은 상하지 않았으니 빨리 되돌아 와서 싸우도록 하라."
이숙번은 도망하는 한규와 김우에게 소리치며 방간의 군대를 향해 내달렸다. 이숙번은 선죽교 아래를 흐르는 냇물로 뛰어 들어 갔다. 이숙번을 표적으로 방간의 군대쪽에서 비오듯 화살이 날아왔다. 이숙번을 뒤따르던 목인해의 얼굴에 화살이 꽂혔다. 김법생은 화살을 맞고 즉사했다. 이에 굴하지않고 이숙번은 10여발의 화살을 쏘았다. 이때 선죽교 양쪽의 고지대인 남산과 묘련점(妙蓮岾)에서 각(角)을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각은 방원을 응원하는 이화와 이저의 군대가 부는 소리였다. 방원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증원군이 도착한 것으로 생각한 방간의 군대에 동요가 일어났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숙번은 방간 군대의 지휘관 이성기를 활로 쏘아 명중시켰다. 놀란 방간의 군대는 둑이 터지듯이 무너져 내렸다. 도망가는 방간의 군대를 서익, 마천목, 이유 등이 맹추격했다. 혹시 휘하 병사들이 방간을 죽일까 우려한 방원은 신임하는 종 김소근에게 명령하여 방간을 생포하도록 하였다.
방간은 말을 탄 채로 북동쪽의 탄현문 쪽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방간의 주변에는 한 사람도 남은 사람이 없었다.
성균관 앞의 적경원 터에 도착한 방간은 막다른 상황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말에서 내린 방간은 갑옷을 벗고 활과 화살도 버린 채 누워버렸다. 곧바로 김소근 등이 방간이 누워있는 곳에 도착했다. "나를 죽이려고 너희들이 온 것이구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공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김소근 등은 체념한 듯이 말하는 방간을 달랬다.
방간은 순순히 생포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제2차 왕자의 난은 방원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패배한 방간은 귀양에 처해졌다.